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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 파혼, 예비 장모님 때문에 헤어졌습니다.

 

 

 

 

 

여자친구의 어머니 때문에 파혼을 결심한 남자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와 화제가 되었습니다.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를 욕한 예비 장모님 때문에 화가난 남자의 이야기. 다음은 남자가 남긴 글의 전문입니다.

 

 

 

 

 

 

고민은 아니지만 지인들에게 이야기해봤자 제 얼굴에 침뱉기라 여기에 써 봅니다.

대학 졸업학기에 처음 만나 약 4년간 연애를 했네요. 둘 다 적은 나이가 아니라 만난 지 1년이 지나고는 결혼에 대한 얘기도 참 많이 나눴습니다. 그때부터 여자친구는 곧잘 선을 그었습니다. 합가는 없다. 설날에 너희집 먼저 가면 추석엔 우리집 먼저 간다 등등, 비록 제 생각일 수도 있지만 저희 부모님은 애초에 그런 걸 신경쓰지 않으시는 분들이라 다 오케이 했습니다. 차차 조율해 나가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만나다 내년 봄 결혼 약속을 하고 다행히 저희 부모님 형편이 넉넉하셔서 집을 구해주셨기에 올해 3월부터 같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장모님이셨어요. 수년 전부터 어깨가 많이 안 좋으셨는데, 마침 딸이 서울에 아파트를 얻어 지내고 계시니 치료를 서울에서 받아볼까 하신답니다. 일단 올라오셔서 검사를 받아보니 의사 소견으론 통원치료까지 하면 약 6개월은 잡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둘만의 시간이 줄어든 점은 서운하지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아프시다는데...

 

그리고 이부분은 저도 잘못했지만 여자친구를 떠봤습니다. 현재 저희 어머니도 큰 수술을 받으신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방에서 서울로 검사차 자주 오시는데 이번기회에 제대로 치료 좀 받으시고, 장모님도 낮에 혼자 적적하시니 말동무도 할 겸 올라오시게 해서 같이 지내면 어떻게냐고 물어봤죠. 물론 완전한 거짓말은 아닙니다. 지금까진 아버지가 운전하셔서 왔다갔다 하시고, 어머니 성격상 저희집에서 지내실 리도 없거든요. 그랬더니 단칼에 자르더군요. 두분이 무슨 말동무냐고 사돈끼리 오히려 더 불편하다고, 저희집은 친척들이 대부분 서울에 사시니 차라리 거기가 어머니도 더 편하실 것 같다고.


정말정말 서운했지만 참았습니다. 내가 더 잘 하면 우리 부모님께도 그만큼 잘 하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회사에 부모님이 아프시다고 양해를 구해 병원까지 모셔다 드리고 모시고 오며 극진히 모셨습니다. 그런데 2주 전에 퇴근 후 들어왔더니 저번일로 아무래도 저도 감정이 상해 약간은 소원했던 여자친구가 생글생글 웃으며 할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아주 긴 이야기였지만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사촌동생(여자친구 이모님의 딸)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데 이번에 2학년이 되면서 기숙사에서 떨어졌고 어쩔 수 없이 친구와 자취를 하는데 남하고는 못 살겠다. 그렇다고 그 집이 넉넉해서 혼자 자취를 시킬 수도 없고, 여자애니 여기서 3학년때까지만 좀 데리고 있어달라. 였습니다. 그래서 보통 학년이 올라갈 수록 기숙사에 들어가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는데 3학년때도 기숙사에 못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하냐, 그리고 남자 사촌동생이면 모르겠는데 다 큰 처녀가 있으면 너무 불편하다. 고 했습니다. 사실 저희 어머니가 올라오시면 어떻겠냐고 물었을 때 생각이나서 반발심도 작용했지요.

 

저나 여자친구나 서로 감정이 격해져서 톤이 올라갔고, 장모님이 중재하셔서 그날은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근데 그 다음날부터 여자친구나 장모님이나 절 너무 다르게 대했습니다. 저녁은 항상 같이 먹었는데 제가 집을 나가기 전까지는 대부분이 퇴근 후 들어와도 난 엄마랑 먼저 먹었으니 데워 먹든지 시켜 먹어 라는 소리를 들었고, 장모님도 평소엔 잘해주셨지만 그 뒤로는 은연중에 다른 집 사위들과 절 비교하셨습니다. 다른집은 1캐럿 다이아에 처가식구들 이불까지 다 해줬네 어쨌네... 저요. 제가 그렇게 잘난 놈은 아니지만 저희 부모님은 정말 피땀흘려 많이 일구셨습니다.


결혼 일정을 잡은 뒤 서울에 33평 아파트 얻어주셨고, 저도 취업 후 악착같이 모아서 약 8천만원 가량 보탰습니다. 그리고 해외에 모기업을 둔 다국적기업이나 국내 굴지의 대기업 다니는 분들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서울소재 공기업 공채로 입사했습니다. 제 가족 지킬 수 있을 만큼은 벌어요. 1캐럿 다이아? 친인척들 선물? 어머니께선 하시려고 했죠. 근데 저희 친척들이 만류했습니다. 6억짜리 아파트 들어가면서 예단비 꼴랑 3000 해 오는데 뭐하러 친인척까지 챙기냐고. 그리고 제 생각이지만 아마 결혼할 때가 되면 어머니께선 다 챙기셨을 겁니다.

 

아무튼 이런 이야기까진 잘 참을 수 있었는데 제가 마지막에 폭발한 건 저희 아버지 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중학교를 중퇴하셨습니다. 사고를 치셔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조부모님이 찢어지게 가난하셔서 펜보단 망치나 기타 공구를 잡으신 시간이 더 많으셨거든요 어릴때부터. 글을 쓰셔도 맞춤법이 틀리신다거나 실제 대화를 하셔도 다소 비속어가 많이 섞인 단어를 많이 사용하시긴 합니다. 어릴땐 저도 창피했죠. 근데 제가 사회생활을 해 보니, 중학교도 졸업 못 하신 아버지가 이정도를 이룩하시려고 얼마나 고생하셨을 지 상상도 되질 않아 전 아버지를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근데 이런 저희 아버지를 장모님이 이렇게 표현하시더군요. 여자친구에게 나중에 너는 나이먹고 엄마처럼 살지 말아라. 라고 하시며 했던 말입니다. 너무 충격적이라 잘 기억나네요. "x서방도 어차피 외동아들이고 너네는 나중에 내 나이되면 해외여행도 자주 다니고 그래라. 근데 못 배운 사람들이 원래 돈욕심이 많아서 사돈어른이 남겨줄 지 모르겠네? 호호호" 제 표정이 일그러지니 여자친구가 다급하게 수습하려고 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봐도 제가 대체 그때 어떻게 참았는 지 모르겠습니다.

 

말없이 필요한 것만 챙겨서 아직 결혼 안 한 사촌형네 집에 왔고 다음날 연락 취해서 모든게 끝이니 조속히 모든 가전이고 가구고 다 빼서 집 비워놓으라고. 나를 남하고 비교하는 건 참을 수 있는데 날 이렇게 키워준 부모님을 그런식으로 표현하는 분은 장모님이나 어머님이라고 부를 수도 없고, 내가 그자리에서 화를 누그러뜨린 것만으로도 고마워 하라고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연락을 받지 않다가 어제 집에 와보니 아무도 없네요. 근데 대부분의 짐들은 그대로 있습니다. 혼자 술이나 진탕 마시고 느즈막이 일어난 후 너무 허탈해서 여기에 글 써 봅니다. 저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4년간 연애하면서 댄 한번의 권태기도 없었고, 큰 다툼도 없었는데 SNS나 카카오톡을 삭제하려고 보니 1000일이 훨씬 넘는 추억들 날려버리는 게 단 몇번의 터치면 되니까 참 기분이 오묘하네요.

 


커뮤니티에서 혼수 구입 팁 얻고자 결혼관련 게시판 등 참 이런글 저런글 많이 봤는데 이런 문제에 있어서 대다수의 의견이 결혼은 양가 집안의 결합이니 신중해야한다 라고 하셨는데 그때 속으로 무슨 양가의 결합이냐, 남녀의 만남이지 라는 치기어린 생각을 했던 제가 참 창피하네요. 다른분들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장황한 하소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냥 어딘가에 말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고 그렇다고 지인에게 말하자니 여자친구를 나쁜사람 만드는 것 같아 여기에 썼는데 제 생각외로 코멘트가 많이 달렸네요. 일일이 감사인사 못 전하는 점 죄송하고, 모두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여자친구의 어머님 더이상은 장모님이 되실 분이 아니니 어머님이 맞는 호칭이겠네요. 아무튼 어머님 욕은 되도록 안 해 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평소엔 정말 잘 해 주셨고, 본인 자식 여의는데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아버지도 같은 직장에서 만나거나 적어도 동등한 집안 여자를 만나길 원하셨으니까요. 물론 그 속마음을 당사자에게 내비치고, 안 내비치는 것은 다르지만요. 제 생각엔 그저 당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저, 또는 언짢음을 제게 상기시키고저 그러신 것 같습니다. 제가 속이 좁은 면도 분명히 있었구요 ㅎㅎ.


정말 좋아하긴 좋아했었나봅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것 중에 여자친구의 손을 안 거친 물건이 앖네요. 당장 휴대폰 케이스부터 ㅎㅎ힘들지만 술에 빠져있고 싶은 마음도 없고 다시 돌아갈 마음도 없습니다. 여자친구와의 4년이 가스배달, 막노동, 중동에서의 그 힘든 일을 겪으며 세상 가장 큰 짐을 짊어지고 살아오신 아버지의 59년보다 소중한 건 아니니까요. 전 이제 그간 못 만났던 친구들 만나러 나가봅니다. 다들 정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하늘이 도와준 파혼이라 보여집니다. 여자친구 어머니의 언행, 평소 말투를 보면 인성이 드러나는 법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사돈을 그것도 아들을 앞에 두고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것은 예수나 부처도 참을 수 없는법입니다. 하늘이 도와준 딱 한번의 기회라 생각하고 하루빨리 집에서 물건들을 빼내는 것이 좋아보이며, 두번 다시 엮이지 않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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