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집 여자친구와의 이별, 7년간의 연애를 정리합니다.
글쓰다보니 정말 오래 만났네요. 20대의 거의 대부분을 함께했으니..처음 만난 건 군대갔다가 복학하고 대학교 2학년 축제때 주막에서 신나게 놀다가 자취방으로 돌아가는 길 건물 앞에 주저앉아있는 여자가 있었어요. 술에 취한건가 싶어 지나가려는데 가만히 보니 가로등 빛에 얼굴이 번들거릴 정도로 땀을 흘리고 있어 가까이 가봤고, 숨을 잘 못쉬는 것 같아 술이 확 깨면서 친구랑 그대로 들쳐업고 학교 병원 응급실로 갔어요. 부모님 오실때까지 심장초음파에 무슨 검사에 숨가빠하면서 혼자 엉엉우는 사람 두고 갈 수 없어서 기다려주다가 고맙다고 밥산다며 번호 교환 후 인연이 되어 지금껏 만났네요.
저보다 한살 많은 누나였고 선천적으로 판막이 약해서 수술을 한 적도 있는 사람이었어요. 매사에 현명했고 헌신적인 사람이었어요. 먼저 취업했고 인턴기간동안 본인도 일에 치여 살면서도 시간나면 어디 놀러가자고 하기보다는 맨날 인스턴트나 배달음식 먹는 남자친구 건강 챙기라며 금쪽같은 시간 내서 반찬 만들어 제 냉장고에 채워주던 그런 사람이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저도 졸업했고 직장 다니며 잘 만나다 최근에 두달 전 쯤? 여자친구 부모님께서 식사한번 하자고 하셨고, 여자친구 본가에 가게 되었어요. 누가봐도 부잣집이었고 도우미 아주머니까지 계시는 집이었어요. 거실 바닥 아래에 수족관이 매립되어 물고기가 돌아다니는 집은 진짜 처음 봤네요.
평소 여자친구한테 집에 대해 물어보면 아버지가 사업하신다고만 했지 별다른 말은 없었거든요. 여자들 그 흔한 명품백도 없이 튼튼하고 스크레치만 안 나면 된다면서 단화에 시슬리 20만원짜리 가방 들고다니던 사람이라 정말 의외였죠.
여자친구 아버님께서 술한잔 주시며 이제 여자친구는 혼기가 다 찼으니 슬슬 너희도 결혼준비를 하는 게 맞지 않겠냐시며 저희집에 대해 물어보셨고, 가감없이 말씀드렸습니다. 지방에서 식당하고 계신다고.. 결혼하게 되면 서울에 아파트는 힘들 것 같고 디딤돌 대출로 빌라부터 시작해보려 한다구요. 여자친구는 뭐 그런 걸 묻냐고 화냈지만 그래도 부모님 얼굴에 실망감이 스치는 건 제 눈에도 보이더라구요. 그 후 여자친구는 자취방 정리하고 본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이랑 크게 싸운 것 같더라구요.
제가 눈치없는 인간도 아니고, 여자친구에게 말했어요. 부모님이 넉넉하지 않은 건 내 잘못이 아니지만 자기 부모님이 그러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오래 만나오면서 여자친구는 늘 말했거든요. 작은 투룸이든 빌라 전세든 어디서 시작해도 좋다구요. 물론 저희 부모님이 외아들 결혼하는데 주거비용 안 보태주실까요. 근데 제가 그러기 싫네요. 평생 일만하며 해외여행 한번 못 가보신 두분 노후자금까지 제가 가져다 쓸 순 없잖아요. 그렇다고 남의집 귀한 딸 고생시키거나 부모님과 의절하게 할 수도 없구요.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저땜에 인생에 가장 예쁘고 좋은 시절 오로지 저만 보고 산 친구에게 헤어지자고 하는게 잘하는 짓인지도 모르겠고... 처음부터 이렇게 격차가 큰 걸 알았다면 애초애 시작하지 않았을까? 왜 물어볼 때 솔직히 대닺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들고ㅎㅎ 맥주 네캔 사와서 밤 꼬박 새고 출근하네요.
둘만 좋다고 결혼할 수 있는게 아니란 건 알고있었지만 막상 눈앞에 닥치니 참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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